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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협력사·임직원 '불안한 하루'

by chronaire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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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협력사·임직원 '불안한 하루'

 

핵심 요약

  • 법정관리 신청: 홈플러스, 4일 새벽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 법원은 당일 개시 결정
  • 내부 반응: 임직원들에게 사전 공지 없이 진행, 행사 중 결정에 당혹감 확산
  • 재정 상황: 납품대금 지연 문제 이미 존재, 3개 회계연도 연속 적자(3년 합산 영업손실 5931억원)
  • 원인과 전망: 이커머스 시장 성장과 소비 침체로 수익성 악화, 현 대표 체제 유지 속 구조조정 가능성 우려

"갑작스러운 파산 신청"...당혹스러운 임직원과 협력사

홈플러스
홈플러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4일,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협력사들과 내부 임직원들은 뒤숭숭한 하루를 보냈다.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는 아쉬움을 담은 글과 한 가닥 희망을 거는 반응이 함께 쏟아져 나왔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현실화되자 임금 삭감, 구조조정 등의 우려와 회사가 위기에 내몰린 데 대한 원망이 뒤섞이는 분위기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은 내부 임직원에게 사전 공지되지 않았다. 새벽에 온라인으로 신청할 만큼 긴급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홈플러스가 현재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홈플런'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회생 절차가 강행돼 직원들의 당혹감은 더욱 컸다.

"며칠간 (행사로) 직원들 고생시키더니 업체에 대금을 주기 직전에서야 파산 신청을 했다."
- 홈플러스 직원

합정점에서 만난 한 직원은 "직원들 사이에서 '사표를 써야 되나', '급여도 안 나오는 것 아니냐', '퇴직금을 못 받는 건 아닌지 걱정되나' 같은 말들이 나돌고 있다"며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유예 기간이 있다고는 하는데 이 상황에서 (협력)업체들이 물건을 주겠나. 물건을 줘야 운영이 되는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법원, "별도 관리인 없이 현 대표 체제 유지" 결정

이날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신청한 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기업회생절차는 재정적 문제가 있는 채무자나 기업이 주주나 채권자 등에 대해 채무를 일정 부분 변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법적 절차다. 다만 별도 관리인 선임 없이 현재의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가 유지된다.

이번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사업성과 경쟁력 등 홈플러스의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속한 개시를 통해 조기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어 결정됐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 때문에 단기 유동성 방어 차원에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 단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게 아니라 어려움이 예상된 것."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홈플러스 모회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지만, 업계는 홈플러스에 위기가 닥쳤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와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이 정상적으로 영업됐지만 일부 현장에선 대자보가 나붙고 직원들도 술렁이는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지난해부터 '자금난 징후'...3년 연속 적자 누적

홈플러스
홈플러스

내부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홈플러스가 자금 경색 '징후'가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상당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마트 직원은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전부터 물품 대금이 딜레이(지급 지연) 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고 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도 "작년 11월부터 대금 지연 문제가 나오면서 노조에서 본사에 공문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그간 납품업체들과 협의해 대금을 한두 달 뒤에 정산하는 대신 지연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는데 이 금액만 약 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홈플러스 재정 상황

  •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영업손실: 1994억원
  • 2023회계연도 당기순손실: 5743억원
  • 3개 회계연도 합산 영업손실액: 5931억원
  • 매출액: 6조9315억원 (2016 회계연도 7조9334억원 대비 12.6% 감소)
  • 납품대금 지연 정산 금액: 약 3500억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일부 식품회사에서는 납품 대금에 대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홈플러스가 창립 28주년을 맞아 매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슈퍼세일 행사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광고 모델로 배우 김수현을 재발탁하고 지난달 28일부터 창립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is BACK'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삼겹살 100g을 790원에 판매해 '오픈런'을 빚는 등 인기를 끌었다.

MBK파트너스 경영 전략과 위기의 배경

홈플러스 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4조30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려 테스코에 7조2000억원을 주고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20여 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 방식 등으로 자산을 처분해 오면서 4조원 가까운 빚을 갚았지만 수익성 악화에 따른 폐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폐점한 점포 중에는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과 같이 매출면에서 상위권에 있던 점포들도 있다.

2015년

MBK파트너스,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 인수

2015년 이후

20여 개 점포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자산 처분

2020년

코로나19 사태 기점으로 전자상거래 시장 급성장과 소비 침체 직격탄

2023년 11월

협력사 납품대금 지연 문제 노출, 노조 본사에 사실관계 확인 요청

2024년 3월 28일

창립 28주년 기념 슈퍼세일 '홈플런 is BACK' 행사 시작

2024년 4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 같은 날 개시 결정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과 소비 침체 장기화 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매출은 6조9315억원으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직후인 2016 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7조9334억원) 대비 12.6% 감소했다.

직원들은 회생 과정에서 매장 폐점, 자산 매각, 대량 해고 등에 대한 가능성도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부산·울산·경남 지역 직원들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당시 노조 측이 이를 두고 영남권 분할 매각설을 제기하자 홈플러스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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